변선영 작가의 작품은 평면에서 할 수 없는 역동성과 시각에 대한 조화로운 관계성을 확보한다. 작품들은 악보를 보고 소리를 내는 연주자의 감성과 흡사하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에는 가사가 없다. 소리언어로서 가사는 감정을 돋게 하거나 마음의 자극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문자 언어로서 가진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다.

수없이 반복된 음표가 세상의 모든 것을 감싸 안고자 하는 수용의 영역이며, 입체적으로 구성된 조각품들은 장식적이거나 의미적이거나 상관없이 자신의 위치와 입장을 슬며시 숨길 줄 아는 포용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음이다.

작품 <여정>을 보자. 나무처럼 혹은 험란한 산길처럼 구불구불한 흰색 모양체가 검정색 모양체에 둘러싸여 있다. 둘러싸인 것인지 점차로 넓어지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검은색에는 흰색 오선과 음표가 있고, 흰색에는 검은색 오선과 음표가 있다. 그것과 그것은 다르지만 같음을 의미함을 깨닫게 한다. 그녀는 이 작품에 대해 “나는 굽어 걷지 아니하는 자. 숙명처럼 이 길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흔들림 없는 예술혼을 불태우는 길”이라 적고 있다. 적혀진 문구와 같이 그녀는 한결 같이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희망을 숨겨둔다. 이미지 자체만 보더라도 길이거나 강물이거나 나무이거나 계곡이거나 상관없이 자연에서 모티브를 발견한다. 자연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를 관장하는 표상에 감사하며 사회적 세계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적 조형 구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