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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_정재헌 기자, 월간 파워코리아 (2016년 6월호)
존재하는 동행관계에 대한 함축성과 시각적 재정립
“인간 내면을 조각한 뒤 손을 붓 삼아, 악보 파편을 물감처럼 콜라주한 흑백 입체예술품”
개념주의적 현대 미술작가 변선영

예술가의 행위를 인간관계와 동일선상에 놓
는다면, 감정을 노래하는 개성에 대해 정립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추상적 감정을 담은 손짓도 누군가에게는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한 단어가 되듯, 점찍기처럼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 조각가 변선영 작가의 콜라주 행위는 그 독창성으로 말미암아 어엿한 세계를 창조하는 행위언어를 시작한다. 재료가 바뀌어도 인간, 만남, 관계라는 확장성의 일관된 은유를 보여준 변 작가의 생명력과 함축성이 담긴 작품들을 만나보자. 제각각 무수히 찍힌 점(點)들의 대화와 노래, 감정을 보라

지난 5월 ‘우연한 만남 필연적 동행’이라는 초대작품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조각가 변선영 작가의 작품은 회화, 조각, 소조, 팝 아트를 아우르는 ‘미지의 세계(twilight zone)’에 위치한 무경계성 창조관념, 무의식에서 출발한 탁월한 이야기꾼의 언어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언어에 따르면, ‘왜곡’을 추함과 쇠락 대신 ‘아름다운 과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새로운 것을 표현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재조명하고 관계 지어주는 행위다. 그래서 변 작가는 입체적인 형태를 만든 뒤 세부묘사를 하는 조각과, 평면을 뚫고 나오는 회화의 파격적인 면을 합쳐 당위성을 도출해낸 종합예술가다. <동행> 연작 외에도 늘 우연한 만남을 통한 필연적 동행을 하는 인간세계를 일관되게 시도했다. 변 선영 작가는 끊임없는 작업의 몰두에서 결과로 얻어진 수많은 작품들로 인해 혹여 교만하거나  메너리즘에 빠져 자아도취 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자기 성찰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소재를 찾으며 자기 자신의 사고를  재정립하며 자유로운 표현을 펼쳐간다. 신인상주의 쇠라의 과학적인 점묘법을  답습함 아니라  변 선영 작가만의 방법 표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존재의 근원이 점(點)으로부터 시작되었기에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묘사하고 제작했던 변 선영작가는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언어를 갖고자하여  톡특한 점의 형태를 찾아 소유한 것을 풀어 놓는 것 이다.  언어학자들은 말과 글 중 어떤 것이 먼저인가 하는 의문을 꾸준히 제기해 왔는데, 변 작가의 경우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언어를 기록할 방법을 의외로 가까이에서 찾아냈다. 숱한 음표가 그려진 딸의 성가악보를 표현의 재료로 삼았다. 그런데 그 점을 찍거나 그리는 대신, 음표와 선 부분을 잘게 찢어 붙이는 것으로 눈에 보이는 흑백의 색상을 표현했으며, 더 깊은 명도단계를 나타내기 위해 악보를 반전(디스토션)해 출력하여 찢은 조각들은 더 순수한 검정, 다양한 무채색을 거쳐 흰색에 이르는 정교함을 구현했다. 회화를 전공하고 전문 컬러리스트와 창의미술지도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변 작가는 색채의 시각적 피로감에 함몰되지 않고, 흑백의 내밀한 대화에 피안(彼岸)의 시각을 가지고 형태의 집합체를 분해하여 화가의 물감으로 삼은 셈이다.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통한, 사람들과의 관계와 동행에 대한 지속적인 정신적 탐구

다작을 하는 변 작가의 작품에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콜라주라는 회화요소로 색상영역을 표현하고, 조각의 마감 처리로 적용하면서 입체성이 가져오는 질감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평생 검정옷을 입기에 100가지나 되는 검정을 육안으로 구분할 능력을 갖춘 민족처럼 말이다. 수많은 누드크로키를 거치고, 이어지는 포즈에 담긴 마임을 포착하고 구현하기 위해 발레 공연장을 다니며 관찰해왔다는 변 작가는 버려진 아프리칸 아이들의 슬픔과 내면의 아름다움으로부터 흑과 백의 감정을 색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또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 군상의 관계와 순수한 본질에 대해 수많은 재료로 표현해 왔다. 모두 보관할 수가 없어서 때로는 사진자료로 남긴 뒤 폐기하기도 한다는 그 작품들은 지금까지 서예와 한국화, 유화, 펜화, 파스텔화, 금분 등 다양한 재료를 거쳤지만, 언제나 인체의 구현 후 그들이 2인 이상 만나서 동행하고 움직이는 형상으로 귀결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시도하는 것이 바로 물에 불린 폐지를 미디엄과 섞어 석고보다 더 단단한 형태로 만들고 그 표면에 악보 조각으로 콜라주하거나, 평면을 여러 개 덧씌우거나 요철을 준 변형 캔버스에서 돌출되는 부조 형태의 작품들이다. 조명을 비추면 대리석과 같은 견고함, 화강암의 흑백대조와 현무암의 양감을 닮은 이 작품들은 잘라 붙이는 오랜 반복 행위로 형성된 혼합재료의 조화를 보여준다. 변 작가의 <동행시리즈-지금 우리는>은 나무와 두 사람의 형상을 통해 많은 의사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패러디한 <상념2>는 애정의 감정구속이 가져온 달콤한 고통처럼 여러 관점에서 인간관계를 생각할 열린 결말을 남긴다. “나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비움’이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얼굴을 표현했는데, 사랑을 다 내주고 비어있는 마음에는 다시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전부 파내고 얼굴처럼 보이지 않게 채워 넣어 특정한 인물 대신 감상자가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열린 속성을 넣은 것이다.” 실제, 변 작가가 제작한 입체물은 테라코타 같이 속이 비어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모두가 자기 안에 무엇인가를 채우려고 하는 시대에 "비움"이라는 단어는 신비롭다. '자기 비움'은 이미 나와 우리들의 삶 깊은 곳에서 우리를 늘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ᅠ"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는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ᅠ이렇듯, 입체물 <너와 나,1, 2>, <노래하는 삶>에서는 외롭지 않은, 행복한 삶을 꿈꾸는 소망의 뜻을 담아내고 있다.

인간으로 그려진 입체물이 끌어낸 내면의 신비로운 만남

멀리서 보면 마스크를 새긴 돌처럼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선과 점의 군집 같은 <아름다운 그대여>, 평면입체가 극대화된 작품 <그날 그 기억> 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주인공 (작가자신이거나 관람자)이 꿈꾸는 소망의 노래가 함축적으로 표현 되어 있는 작품이며, 손을 붓으로, 악보를 물감처럼 이용한다는 변 작가의 혼합능력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점묘 콜라주 행위에는 작가가 인간관계에서 받았던 생각과 느낌을 시각언어로 변환하여 담은 삶 속에서의 관계지향적인 담론이 들어 있다. 악보가 작곡자의 악상을 기록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둥근 형태의 집합체를 기록한 악보 조각들은 모든 감성과 행동의 시작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숨긴 씨앗처럼 강한 생명력과 이야기의 함축성을 지닌다. 그리고 변 작가는 콜라주가 배경화면을 채우기보다는 작품 안의 주제인 ‘동행자들이 주고받는 언어’에 꼭 필요한 블록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부여된 소명의식을 가진 소재들이 나타내는 대화와 노래, 감정 표현에 대해 변 작가는 “서로의 관계 속 소통과 이해, 배려라는 신기하고도 따스한 어조로 읽히길 바란다. 반복된 콜라주 파편들은 타자와의 일체감을 이루고 생명력을 얻은 존재다. 그리고 불규칙적인 각 개체들이 외로움과 공허감을 넘어서서 타자와 여러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방식을 의미한다” 고 설명했다. 존재에 대한 재정립, 재구성의 방식을 미술 표현 기법에 응용한 창의적인 발상은 다분히 아날로그에 대한 갈망, 과도한 픽셀로 인한 피로감과 반격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렇듯 회화적 감성과 조각의 입체적 관계를 절충한 작업을 통해, ‘동행’ 시리즈 중 <지금 우리는>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광범위한 논점이 인간군상의 상징, 함축 속에 강렬하게 시각화된다. 최소한의 색과 재료에 대한 열린 관념의 시각화. 그렇기에 앞으로도 변 작가가 보여줄, 지속 가능한 인간의 동행이라는 주제는 정녕 믿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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